지대넓얕(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한빛비즈]
이 책이 눈에 띄는 이유는 책의 제목으로는 생소하지만, 일상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얕은 지식'이란 단어가 우리의 공감을 끌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전문지식,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소리는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일 수 없다. 오히려 얕은 지식이 우리를 지적인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공통분모다.'
저자 채사장은 인문학을 그 공통분모라고 표현했다.
지적 대화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자 공통분모, 바로 '나'와 '세계'에 대한 지식이다.
채사장은 책을 '현실 세계'와 '현실 너머의 세계'를 다루는 두 권으로 구분했다.
이 책의 1편 격인 '현실'편에서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에 대해 다룬다.
하나 하나의 파트가 전공, 혹은 과목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어렵지도 두껍지도 않다.
오히려 어려워 보이는 5가지 파트가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핵심 개념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는 그의 글은 쉽고 명료하다.
가장 먼저 다루는 '역사' 파트에서는 근대까지의 역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생산수단' 개념을 설명하고, '누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지'에 따라 역사가 변화한다고 서술하였다.
이는 맑스의 관점으로 유명한 '유물사관' 혹은 '사적유물론'의 관점이다.
즉 하부토대인 '경제'의 변화가 상부구조인 '정치, 문화, 사회, 종교 등' 다양한 부분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를 경제의 변화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그의 설명은 역사에서 경제로, 경제에서 정치로 차례차례 나아간다.
저자는 경제체제를 '정부의 시장 개입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 이후 '성장' 과 '분배' 두 개념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 두 개념을 바탕으로 다시 정치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진보와 보수', '민주주의와 엘리트주의'를 다룬다.
사회 파트에서는 사회의 모습과 사회 속에 놓인 개인의 모습, 즉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이기주의와 전체주의'를 알아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리파트에서 '이론적 측면과 현실적 측면'을 살펴본다.
각 분야는 나누어 구성되어있지만 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책의 제목은 '얕은 지식'을 말하고 있지만, 실은 '얕은 지식'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단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한 내용이다.
책에 선별된 개념들은 결코 얕거나, 파편화된 지식이 아니다.
기존에 어렵게만 느껴졌을 분야들을 몇몇 개념을 통해 분류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틀'을 제공해준다.
그가 제공한 '틀'로 바라보는 세상은 더 이상 이전처럼 어렵지 않을것이다.
모든 책에는 집필의도가 있다.
저자의 집필의도는 지적 대화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이 책을 읽고, '세계'와 '나'를 더 알아가길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단점은 내용이 '단순화'되어있다거나 '도식화'되어있는 것 따위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는 집필의도를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지 않았을까?
채사장이 바라는 지적 대화의 여정은 이 책을 덮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책, 새로운 저자, 새로운 사람, 새로운'틀' 을 만나는 여정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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